기획취재팀 홍정민 기자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요즘 젊은 세대들 중 상당수가 '콜포비아' 현상을 겪고 있다. 콜포비아(call phobia)란 통화를 뜻하는 '콜'과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의 합성어로 전화통화를 두려워하는 증상이다. 전화통화보단 문자나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콜포비아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타인과 소통과정에서 직접적인 만남이나 전화통화보단 문자, SNS,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에서 업무연락을 비롯해 연인과 메신저로 서로 소통하는 모습은 익숙한 광경이다. 특히 이런 모습은 젊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 문화에 노출돼 통화보단 텍스트를 더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콜포비아족들은 전화 응대가 부담스럽다. 거래처 번호로 걸려온 전화, 퇴근 후 직장 상사의 전화, 시어머니의 전화, 모르는 번호 등 스마트폰 액정을 확인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통화를 시작하면 상대방 말에 대한 적절한 응대가 원활치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한 사람들은 전화통화를 하기 전 상대방이 어떻게 말을 할지 미리 전화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연습한 뒤 전화를 거는 경우도 있다.

반면 문자나 메신저는 상대방의 의견을 텍스트로 보고 내 입장을 정리한 뒤 여유롭게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충분히 생각한 뒤 답변을 할 수 있고 언제 답변을 할지 본인이 주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한 전화통화는 감정적으로 격해질 수 있는 부분도 텍스트를 통하면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 콜포비아족들은 이 같은 소통방식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소통의 편리함 때문에 무작정 문자나 메신저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빠르고 정확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텍스트로 주고받다 오해할 여지가 많을 수 있는 순간에는 전화통화를 하거나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문자나 SNS, 메신저 등의 경우에는 바로 확인이 어려울 때가 있고 글을 아무리 정교하게 써도 음성이나 표정을 담을 수 없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언택트 기술'을 꼽았다. 언택트(un-tact)는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비대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화 통화보다 메신저에 의지하고, 사물인터넷으로 무장한 무인 자판기가 속속 등장하고, 패스트푸드, 공항, 금융은 물론 마케팅까지 이미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렇듯 사회가 점차 디지털화돼 가면서 이런 텍스트 소통방식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될 것이다. 콜포비아 현상도 초반엔 내성적인 젊은 사람들에게서 시작됐지만 점차 전 세대로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이런 성향의 사람도 있다고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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